회사에서 OpenPaaS 프로젝트와 CSB.IO 개발을 함께 할 분들을 채용하고 있어서, 이력서를 살펴보고 있다. 지원 조건은 경력 2년 이상, 자바 웹 서비스 개발 이력이다. 부가적으로 우대 요건으로는 Open PaaS 프로젝트와 CSB.IO에 맞는 경력이나 관심 사항이 있으신 분이다.
지원해 주신 분들이 첨부해주셨던 간단한 자기 소개와 이력서를 평가자의 입장에서 보고 있으면, 함께 일을 하는데 맞는 조건을 가진 분들을 찾게 되지만, 장점보단 단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된다. 즉 '깔 요소'를 먼저 찾게 된다.
경력 2년 이상으로 조건을 걸었지만, 지원하신 분들 대부분이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신 분들이 대부분이고, 마흔을 넘기신 분들이 많다.
경력 상으로도, 경험 상으로도 나보다 더 많은 프로젝트를 하시고, 산전수전을 다 겪으셨을터인데, 내 경력과는 상관없이 이 분들을 평가하게 되고, 적합하신 분을 찾아 이력서를 보고 계신 분들과 의견을 나눈다.
내가 속한 팀(이라고 해도 현재는 2명이지만)과 같이 일하게 될 사람이고, 현재 팀에서 PL을(어쩌다보니) 내가 담당하고 있어 나도 이력서 검토와 면접을 함께 진행하게 되지만, 이력서를 검토하면서 이력서를 지원하신 분들을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고, 문득 '나는 그럴 자격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직 주기가 너무 애매한데..."
"하셨던 프로젝트가 너무 방향성이 없는데..."
"퇴사 사유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은데..."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했다는 건지 잘 안보이는데..."
"비전공이신데 이론적인 부분이 약하진 않으실까"
"학원 단기 교육으론 좀 부족한 것 같은데..."
나는 그들을 평가한 질문으로부터 당당할 수 있는가? 분명 그렇지 않다. 어쩌면 더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단순하게 개발 자체, 개발에 관련된 지식들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만, 특별하게 어느 하나가 더 좋다, 더 잘한다라고 할 수 있는게 아직은 없는 것 같다.
군대 전역 후 게임만 하고, 성적은 바닥을 치던 2학년 2학기엔 수업이 끝나고 학교를 떠나면 게임을 하거나 놀기만 했던지라,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들어갔던, 다분히 학교에 있을 생각으로 들어갔던 자연어처리 연구실의 선배가 이런 얘길 했었다.
"넌 다 잘하는 것 같은데 특별하게 잘하는 게 없는 것 같다"
그 때에도 혼자 늘 했던 고민이기도 했지만, 타인으로부터 내가 고민하는 나의 상태를 듣게 된것은 꽤나 충격인 일이었다. 그리고 그 고민은 그 후로 몇 달 동안은 수면 위로 올라와서 학기 내내 생각했던 것 같다. 이 문제는 고민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음대로 난 이걸 해야겠다 하고 잘 맞지 않을지도 모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을 잡고 가는 건 또 성격에도 맞지 않아서 스트레스만 만들어낸다.
'제너럴리스트가 되자'라고 하는 건 나에겐 어쩌면 지금 내 상황을 합리화하려는 변명일지도 모르겠다.
역시 '무엇을 잘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스페셜리스트가 답일 수밖엔 없는 걸까
얼마 전 예전 지메일 계정의 메일을 보다가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를 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교수님과 주고 받았던 메일을 다시 보게되었다. 주고받은 메일의 골자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라는 과정이 있고, 학교에서는 실무적인 내용이나 개발 전반의 폭넓은 내용을 배울 수 없어서 이 과정을 통해 배우려고 합니다.', '스티브잡스를 양성한다고 하지만 그냥 개발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인 것 같다. 졸업을 늦춰가면서 그 과정에 참여하는 것 보다는 연구를 계속해서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이었다. 전자가 내 의견이고 후자가 교수님의 의견이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에서 연수를 받으면서 배운 것, 그리고 좋은 멘토, 멘티들을 많이 만나서 득이 되었던 것도 많지만, 만약 그때 교수님의 조언을 듣고 자연어 처리 쪽으로 더 깊게 파보았다면 지금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대학생 때 했던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전히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내가 특별히 잘할 수 있는 기술을 꼽으라면 아직은 없는 것 같다. 나는 무엇이 되어야할까?
아키텍트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지만 아직 노력과 의지가 부족한 것 같다. 지금은 그 전에 부족한 것들을 채워나가려고 애쓰고 있다. 이를테면 영어, 수학. 관심 분야도 조금은 줄여봐야겠다. 쓸데 없이 이것 저것 흥미를 잘 가진다. 하하..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내가 해야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있어서 필요한 것들
단기/중기/장기적인 계획
위의 것들을 잘 정리하고 다듬어서 조금씩 채워나가야겠다. 조바심 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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